TREND REPORT | 점점 커지는 빅블러(Big Blur)시대 현황과 시사점

2021-09-16
조회수 5

글 | 홍정기

자료 | 지식경제부, 한국은행, 대한상공회의소 '빅블러 시대, 현상과 대응방향'  


점 커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 현황과 시사점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지금 전자상거래, 음악 스트리밍, 미디어 유통 등을 넘어 배송, 금융 등에 진출해 세계 1위의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이들은 온라인 약국, 신선식품 배송 사업에도 도전 중이다.

한국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쿠팡이 시총 100조 원을 넘겨 한국 2위 기업이 될 수 있던 이유 역시 바로 빅블러 현상에 있다. 쿠팡은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OTT서비스를 출시하며 산업 간 경계를 무너트리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빅블러 현상은 크게 ‘기술 융합’과 ‘산업 융합’으로 구분한다. 각각은 다시 ‘가치 참출형’과 ‘가치 추가형’으로 나뉘어 총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째, ‘기술 융합-가치 창출형’은 기술 혁신으로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유형이다. 이번에 최초로 개발된 mRNA 코로나19 백신이 본보기다. 기존 백신은 단백질 형태로 개발돼 안정성은 뛰어나지만 복잡한 구조로 생산 기간이 긴 단점을 지닌 반면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인 mRNA 백신은 생산 기간은 짧지만 불안정적이라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극저온 콜드체인 유통기술이라는 새로운 창조적 기술 융합을 통해 안정성을 높임으로써 역사상 가장 빠르게 출시될 수 있었다.

둘째, ‘기술 융합-가치 추가형’이다. 최근 반도체 분야 전통 강자였던 인델이 미세공정화 경쟁에서 밀리며 TSMC와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고려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두 업체가 EUV(극자외선) 노광기술로 웨이퍼당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기에 가능했다. 카메라 필름을 현상하는 원리와 동일한 노광기술을 진화시켜 기존 반도체 생산성에서 가치를 추가한 기술융합 사례다.

셋째, 산업 간 융합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산업 융합-가치 창출형’이다. 이종 산업 간 제품 또는 서비스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 시장을 강화하는 것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이 약 70% 급감한 영화관 업계는 e-스포츠, 오페라를 상영하는 등 끊임없이 진화하며 새로운 시장 수요를 발굴했다. CGV는 서울랜드와 합작해 국내 테마파크 최초로 ‘자동차극장’을 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산업 융합-가치 추가형’은 산업 간 융합을 통해 기존 시장을 강화한다. 코로나19로 언택트 라이프스타일이 일상으로 자리를 잡으며 온라인 유통산업은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18.4% 성장했다. 기존 도소매업 요식업이 배달업과 융합해 온라인 유통산업의 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다.

 

■빅블러 현황과 원인

이러한 빅블러 현상은 산업 크기와 종류를 불문하고 진행 중이다.

앞서 언급한 CGV와 더불어 스타벅스 예를 보자. 몇 년 전 스타벅스가 도입한 사이렌 오더. 온라인으로 커피 요금을 지불하게 하는 이 시스템은 그때그때 바로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1만 원 이상 충전 후 결제할 수 있게 돼 있다. 즉 고객 돈을 일정 기간 스타벅스가 보유하는 것인데 이는 일종의 은행이다. 스타벅스는 비공개하지만 업계에서는 약 20억 달러(2조 4천억 원)에 달하는 충전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카카오도 여기에 포함된다. 카카오 톡, 네비, 택시, 페이, 뱅크 등 금융 서비스에 이어 음악, 게임서비스까지 강화하며 92개 계열사를 지닌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렇듯 모든 산업에서 빅블러가 가속화 되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Mission-Oriented로서 정책 목표에 부합하고자 할 때다. 최근 자동차 업계가 탄소 중립과 같은 친환경 정책 목표에 발맞춰 전기차, 수소차 등을 출시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 Technology-Oriented인데 기술이 진보하며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때다. AI, 빅데이터 등 정보 기술의 발달은 자율 이동 로봇과 같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셋째, Market-Oriented로서 소비자 요구로 가속화되기도 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단순 이동수단 이상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삶을 즐기는 문화생활 공간으로 인식된다. 소비자 니즈에 따라 정보와 오락을 동시에 즐기는 인포테인먼트(information+entertainment)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전문가들은 빅블러 뿌리는 핵심 기술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김선재 연구위원은 “역설적이게도 산업, 기술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될수록 원천기술 가치는 더욱 분명해 진다. 결국 융합은 핵심기술에서 파생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가령, 100년이 넘은 일본 MSG 제조업체 아지노모토는 현재 반도체 산업에 핵심적인 ‘마이크로 절연필름(ABF)’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는 MSG R&D가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인데 아지노모토는 핵심 기술에 집중했기에 이를 바탕으로 식품 업계를 넘어 반도체 산업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고 밝힌바 있다.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 ‘빅블러 가속화의 파급 효과: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자율주행차, 공유차, 커넥티드카 등으로 미래차 형태가 바뀌는 동시에 경쟁적 투자와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는 2030년까지 2,600만대 규모로 확대되고 자율주행차는 2035년까지 1조1204억 달러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 경쟁력은 중국·독일·미국·일본에 이어 5위 수준으로 국내 배터리 생산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자동차 시장은 공급자 중심 획일화된 대량생산 체제에서 사용자·서비스·다양성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한 파급 효과는 단순히 자동차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 구조 및 인프라 재구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기에 한국은행은 이에 대한 대처와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빅블러 시대 우리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김선재 연구위원은 다음 세 가지를 조언한다.

첫째, 기업은 디지털 기반 기술 전조기지가 되고자 해야 한다. ICT 인프라와 실증 역량이 글로벌 융합 트렌드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할 경우 세계 시장 테스트베드이자 혁신적 융합시장의 선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융합기술 구현에 필수적인 소재, 소자, 부품 전반의 원천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우리 기업이 보유한 제조 핵심 기술과 다양한 소재기술, 무엇보다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업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둘째, 정부는 빅블러 산업 생태계를 위해 규제 개선, 연구개발 지원, 기업 간 이해충돌 중재 등 역할을 점검해야 한다. 특히 기존 금융 업계와 핀테크 간 갈등, ‘타다’와 같은 새로운 이동서비스와 기존 운송업계 간 갈등 등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정부의 적극적 중재기능이 요청 된다. 더불어 새로운 문제에 대한 도전과 기존 문제에 대한 혁신적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융합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 융합기술 R&D 투자 규모는 최근 3년간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데, 융합기술에 대한 정부의 더 과감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셋째, 융합의 핵심은 데이터임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융합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는 이종 영역의 데이터 결합에서 시작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통신과 금융, 제조, 유통, 의료 등 다양한 데이터 들이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전 산업 간 데이터 결합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빅블러 시대가 전개되면서 기술, 산업, 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것은 기회의 문이 넓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경쟁자 범위도 넓어짐을 뜻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산업 생태계에서 포지셔닝을 점검하면서 변화하는 시장을 읽어내는 능력을 키우고 다가오는 거대 융합시장에 대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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