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영화
Coffee And Flim
Editor. 강상준
커피가 영화의 프레임에 들어서는 순간,
때때로 장면의 온도는 갑작스레 오르내린다.
눈 덮인 설산의 잡화점을 핏빛으로 물들이던 밤,
에스프레소로 시작된 하룻밤의 기나긴 대화,
커피를 마시며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이들까지.
커피 하나로 이야기의 톤이 바뀌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그리고 우리는 화면의 컵을 볼 때, 종종 기억을 떠올린다.
아침을 깨우는 아메리카노의 온도, 연인과 함께 마셨던 달달한 바닐라 라떼.
영화 속 인물이 한 모금 삼키면
나도 모르게 커피와 함께했던 찰나를 떠올리고,
다이너에 놓인 하얀 머그잔을 바라보며 삶의 작은 순간들을 회상한다.
이렇듯 영화라는 창에서 커피가 지나갈 때,
스크린 속 커피는 우리를 현실로 되돌리고
현실의 커피는 일상에서 다시 영화의 장면들을 되감는다.
<커피 스페이스>에서 이런 영화 속 커피의 순간들을 모아봤다.


좋은 친구들
“Make that coffee to go.”
루프트한자 강탈 사건 이후, 지미 콘웨이(로버트 드 니로 분)의 지시로 조직원들을 하나둘씩 제거하는 토미 드비토(조 페시 분). 스택스(사무엘 L. 잭슨 분)의 아파트에서 그를 총으로 쏴 죽인다. 프랭키 카본(프랭크 시베로 분)이 커피포트를 들고 멀뚱멀뚱 쳐다보자 토미는 “뭘 꼬라봐? 커피 들고 나가자고”라며 다그친다. 프랭키는 정말로 커피포트를 들고 나가려 한다. 보고있던 토미는 어이없다는 듯이 윽박지른다. “뭐 하는 거야? 농담이잖아, 커피포트 내려놔!” 살인 직후에도 태연히 썰렁한 농담을 던지는 갱단의 살벌한 면모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커피포트를 들고 나가려는 멍청한 행동과 바닥에 널부러진 시체가 만들어내는 황당함은 의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마피아들의 저열한 모습을 잡아낸다.
Editor’s Comment 친구를 뒤에 두고 테이크아웃 커피를 주문할 때, 종종 이 장면이 생각난다. 조 페시의 광기 어린 연기가 떠오르며 섬찟섬찟 놀라지만, 내 뒷통수는 100% 안전하다,


글렌게리 글렌 로스
“Coffee’s for closers.”
<글렌게리 글렌 로스>에서 알렉 볼드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순간이다. “그 커피 내려놔!”라는 대사로 시작되는 이 신은 90년대 할리우드 영화를 대표하는 명장면이다. 무능한 세일즈맨은 회사의 커피조차 마실 자격이 없다는 일갈. ‘ABC(Always Be Closing)’를 외치며 잭 레먼을 모욕하는 볼드윈의 냉혹한 연기는 포트에 담긴 싸구려 커피와 함께 자본주의의 잔혹함을 보여준다. 사무실의 낡은 커피포트는 프롤레타리아들의 생존 경쟁을 말없이 지켜볼 뿐이다.
Editor’s Comment 회사의 WMF 커피머신 앞에서 당장 실적을 증명해야만 될 것 같은 압박감이 몰려든다. 지금의 나는 클로저인가, 루저인가.


펄프 픽션
“Goddamn, Jimmy. This is some serious gourmet sh*t!”
펄프 픽션에서 커피는 일상과 폭력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도록 돕는 윤활제다. 특히 줄스(사무엘 L. 잭슨 분)와 빈센트(존 트라볼타 분)가 피범벅이 된 채 지미(쿠엔틴 타란티노 분)의 집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는 장면에서는 타란티노의 블랙 코미디가 빛을 발한다. 지미가 타준 커피를 마시고는 “이건 정말 고급 커피야!”라며 감탄하는 줄스. 그러나 지미는 시니컬하게 대꾸한다. “그만해, 줄스. 내 커피가 얼마나 맛있는지 듣고 싶지 않아.” 차 트렁크에 시체를 싣고 온 갱들이 고급 커피의 풍미를 논하는 이 기묘한 광경은, 타란티노 연출의 진가를 보여준다.
Editor’s Comment 친구의 자취방에서 친구가 직접 타준 카누는 100만원짜리 게이샤 부럽지 않다. 한 모금 마시고는 "이건 진짜 고급 커피야!"라고 조크를 던진다. 근데 친구가 지미처럼 반응하면 어쩌지? 뭐, 적어도 피투성이 시체와 함께 놀러 간 건 아니니.
커피와 영화
Coffee And Flim
Editor. 강상준
커피가 영화의 프레임에 들어서는 순간,
때때로 장면의 온도는 갑작스레 오르내린다.
눈 덮인 설산의 잡화점을 핏빛으로 물들이던 밤,
에스프레소로 시작된 하룻밤의 기나긴 대화,
커피를 마시며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이들까지.
커피 하나로 이야기의 톤이 바뀌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그리고 우리는 화면의 컵을 볼 때, 종종 기억을 떠올린다.
아침을 깨우는 아메리카노의 온도, 연인과 함께 마셨던 달달한 바닐라 라떼.
영화 속 인물이 한 모금 삼키면
나도 모르게 커피와 함께했던 찰나를 떠올리고,
다이너에 놓인 하얀 머그잔을 바라보며 삶의 작은 순간들을 회상한다.
이렇듯 영화라는 창에서 커피가 지나갈 때,
스크린 속 커피는 우리를 현실로 되돌리고
현실의 커피는 일상에서 다시 영화의 장면들을 되감는다.
<커피 스페이스>에서 이런 영화 속 커피의 순간들을 모아봤다.
좋은 친구들
“Make that coffee to go.”
루프트한자 강탈 사건 이후, 지미 콘웨이(로버트 드 니로 분)의 지시로 조직원들을 하나둘씩 제거하는 토미 드비토(조 페시 분). 스택스(사무엘 L. 잭슨 분)의 아파트에서 그를 총으로 쏴 죽인다. 프랭키 카본(프랭크 시베로 분)이 커피포트를 들고 멀뚱멀뚱 쳐다보자 토미는 “뭘 꼬라봐? 커피 들고 나가자고”라며 다그친다. 프랭키는 정말로 커피포트를 들고 나가려 한다. 보고있던 토미는 어이없다는 듯이 윽박지른다. “뭐 하는 거야? 농담이잖아, 커피포트 내려놔!” 살인 직후에도 태연히 썰렁한 농담을 던지는 갱단의 살벌한 면모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커피포트를 들고 나가려는 멍청한 행동과 바닥에 널부러진 시체가 만들어내는 황당함은 의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마피아들의 저열한 모습을 잡아낸다.
Editor’s Comment 친구를 뒤에 두고 테이크아웃 커피를 주문할 때, 종종 이 장면이 생각난다. 조 페시의 광기 어린 연기가 떠오르며 섬찟섬찟 놀라지만, 내 뒷통수는 100% 안전하다,
글렌게리 글렌 로스
“Coffee’s for closers.”
<글렌게리 글렌 로스>에서 알렉 볼드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순간이다. “그 커피 내려놔!”라는 대사로 시작되는 이 신은 90년대 할리우드 영화를 대표하는 명장면이다. 무능한 세일즈맨은 회사의 커피조차 마실 자격이 없다는 일갈. ‘ABC(Always Be Closing)’를 외치며 잭 레먼을 모욕하는 볼드윈의 냉혹한 연기는 포트에 담긴 싸구려 커피와 함께 자본주의의 잔혹함을 보여준다. 사무실의 낡은 커피포트는 프롤레타리아들의 생존 경쟁을 말없이 지켜볼 뿐이다.
Editor’s Comment 회사의 WMF 커피머신 앞에서 당장 실적을 증명해야만 될 것 같은 압박감이 몰려든다. 지금의 나는 클로저인가, 루저인가.
펄프 픽션
“Goddamn, Jimmy. This is some serious gourmet sh*t!”
펄프 픽션에서 커피는 일상과 폭력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도록 돕는 윤활제다. 특히 줄스(사무엘 L. 잭슨 분)와 빈센트(존 트라볼타 분)가 피범벅이 된 채 지미(쿠엔틴 타란티노 분)의 집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는 장면에서는 타란티노의 블랙 코미디가 빛을 발한다. 지미가 타준 커피를 마시고는 “이건 정말 고급 커피야!”라며 감탄하는 줄스. 그러나 지미는 시니컬하게 대꾸한다. “그만해, 줄스. 내 커피가 얼마나 맛있는지 듣고 싶지 않아.” 차 트렁크에 시체를 싣고 온 갱들이 고급 커피의 풍미를 논하는 이 기묘한 광경은, 타란티노 연출의 진가를 보여준다.
Editor’s Comment 친구의 자취방에서 친구가 직접 타준 카누는 100만원짜리 게이샤 부럽지 않다. 한 모금 마시고는 "이건 진짜 고급 커피야!"라고 조크를 던진다. 근데 친구가 지미처럼 반응하면 어쩌지? 뭐, 적어도 피투성이 시체와 함께 놀러 간 건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