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영화 #2 영화에 스며든 커피의 순간들

COFFEE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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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영화

Coffee And Flim

Editor. 강상준


커피가 영화의 프레임에 들어서는 순간,

때때로 장면의 온도는 갑작스레 오르내린다.

눈 덮인 설산의 잡화점을 핏빛으로 물들이던 밤,

에스프레소로 시작된 하룻밤의 기나긴 대화,

커피를 마시며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이들까지.

커피 하나로 이야기의 톤이 바뀌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그리고 우리는 화면의 컵을 볼 때, 종종 기억을 떠올린다.

아침을 깨우는 아메리카노의 온도, 연인과 함께 마셨던 달달한 바닐라 라떼.

영화 속 인물이 한 모금 삼키면

나도 모르게 커피와 함께했던 찰나를 떠올리고,

다이너에 놓인 하얀 머그잔을 바라보며 삶의 작은 순간들을 회상한다.

 

이렇듯 영화라는 창에서 커피가 지나갈 때,

스크린 속 커피는 우리를 현실로 되돌리고

현실의 커피는 일상에서 다시 영화의 장면들을 되감는다.

<커피 스페이스>에서 이런 영화 속 커피의 순간들을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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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

“Okay, now I’m going to call my best friend in Paris.”

제시(에단 호크 분)와 셀린(줄리 델피 분)은 오스트리아 빈의 ‘카페 슈페를Cafe Sperl’에서 커피를 마시며 가상의 전화 통화를 연기한다. 셀린은 절친과 통화하는 상황극을 통해 제시에 대한 감정을 우회적으로 고백한다. “방금 기차에서 어떤 남자를 만났는데...”라며 시작된 손통화는 그들의 진실한 속내를 드러낸다. 고풍스러운 패턴의 벨벳 의자, 원목으로 인테리어된 카페는 두 사람의 로맨스에 완벽한 무대가 된다. 에스프레소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이 연극적인 순간은 하룻밤의 만남이 지닌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동시에 담아낸다.

 

Editor’s Comment 카페에서 혼자 앉아있으면 누군가와 운명적인 만남을 할 것 같은 기대감이 부푼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않다. 홀로 스마트폰 화면 속 릴스만 주구장창 넘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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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얼 서스펙트

...[mug shatters]

브라이언 싱어의 1995년 작 <유주얼 서스펙트>는 커피와 함께 반전의 시작을 알린다. 형사 데이브 쿠얀(채즈 팰민테리 분)은 깨진 머그컵 바닥에 적힌 ‘코바야시’라는 이름을 발견하는 순간, 로저 ‘버벌’ 킨트(케빈 스페이시 분)가 조금 전까지 늘어놓던 이야기가 모두 거짓임을 눈치챈다. 사무실 게시판에 붙어있던 서류들과 근처 사물들로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허구의 서사였던 것. 카이저 소제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관객도 쿠얀처럼 완벽하게 속았음을 깨닫는다. 커피잔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는 소리는 진실을 알아차리는 소리이자, 완벽한 속임수가 완성되는 소리다.

 

Editor’s Comment 머그잔을 실수로 놓치는 순간, 혹시 거기에 인명을 딴 회사명이 적혀 있고, “무언가 나를 속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문득 눈의 띈 사무실 컵도 의미심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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