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영화
Coffee And Flim
Editor. 강상준
커피가 영화의 프레임에 들어서는 순간,
때때로 장면의 온도는 갑작스레 오르내린다.
눈 덮인 설산의 잡화점을 핏빛으로 물들이던 밤,
에스프레소로 시작된 하룻밤의 기나긴 대화,
커피를 마시며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이들까지.
커피 하나로 이야기의 톤이 바뀌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그리고 우리는 화면의 컵을 볼 때, 종종 기억을 떠올린다.
아침을 깨우는 아메리카노의 온도, 연인과 함께 마셨던 달달한 바닐라 라떼.
영화 속 인물이 한 모금 삼키면
나도 모르게 커피와 함께했던 찰나를 떠올리고,
다이너에 놓인 하얀 머그잔을 바라보며 삶의 작은 순간들을 회상한다.
이렇듯 영화라는 창에서 커피가 지나갈 때,
스크린 속 커피는 우리를 현실로 되돌리고
현실의 커피는 일상에서 다시 영화의 장면들을 되감는다.
<커피 스페이스>에서 이런 영화 속 커피의 순간들을 모아봤다.


히트
“What do you say I buy you a cup of coffee?”
한 레스토랑에서 닐 맥컬리(로버트 드 니로 분)와 빈센트 해나(알 파지노 분)가 커피를 두고 마주 앉는다. 당대 최고의 두 배우, 드 니로와 알 파치노가 <대부 2> 이후 처음으로 한 화면에 잡힌 순간이다. 해당 장면은 형사 척 애덤슨과 범죄자 닐 맥컬리가 일대 일로 커피를 마시며 대화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자네와 어떤 불쌍한 놈의 여자가 과부가 돼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신이 쓰러질 것”이라는 해나의 경고. “당신을 제거해야만 한다면 단 1초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는 맥컬리의 응수. 커피잔을 사이에 둔 두 남자의 대화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Editor’s Comment 가끔은 수컷 냄새가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와 남자의 대화를 나누고 싶어진다. 커피 한 모금, 침묵, 그리고 인생을 건 한 마디. 하지만 어색한 침묵만으로도 안절부절못하는 나인데 과연 가능할까?


헤이트풀 8
“Somebody... poisoned the coffee.”
쿠엔틴 타란티노의 2015년 작 <헤이트풀 8>에서 커피는 죽음의 매개체로 플롯을 이끌어 나간다. 독이 든 커피는 서부극을 돌연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전환시킨다. 커피를 마신 ‘행맨 ’존 루스(커트 러셀 분)와 오비 잭슨(제임스 파크 분)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내레이션과 함께 누군가 몰래 커피에 독약을 넣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를 지켜본 이가 있었으니, 바로 행맨에게 붙잡혀 교수형대로 끌려갈 예정이었던 현상수배범 데이지 도머그(제니퍼 제이슨 리). 관객은 이제껏 무력해 보였던 데이지가 사실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Editor’s Comment <헤이트풀 8>을 보다 보면 추운 겨울날,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그렇게 땡긴다. 아주 아주 다크한 녀석으로. 하지만 마시려다가도 잠시 멈칫한다. 혹시라도 컵 속에 뭔가 들어있진 않을까 하는 망상과 함께. 사무실의 커피가 갑자기 의심스러운걸?
----------------------------
영화 속 커피는 때로는 일상의 위안이 되고, 때로는 죽음의 전조가 되며, 때로는 진실을 가리는 연막이 된다. 스크린 속 인물이 커피를 마시는 순간 우리는 그들과 함께 긴장하고, 안도하고, 간혹 속기도 한다. 극장을 나선 후에도 커피를 마실 때 종종 장면들이 떠오른다. 영화가 끝나도 커피가 만든 순간들은 기억 속에 남아,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영화 같은 순간을 기다리며 커피를 마신다.
커피와 영화
Coffee And Flim
Editor. 강상준
커피가 영화의 프레임에 들어서는 순간,
때때로 장면의 온도는 갑작스레 오르내린다.
눈 덮인 설산의 잡화점을 핏빛으로 물들이던 밤,
에스프레소로 시작된 하룻밤의 기나긴 대화,
커피를 마시며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이들까지.
커피 하나로 이야기의 톤이 바뀌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그리고 우리는 화면의 컵을 볼 때, 종종 기억을 떠올린다.
아침을 깨우는 아메리카노의 온도, 연인과 함께 마셨던 달달한 바닐라 라떼.
영화 속 인물이 한 모금 삼키면
나도 모르게 커피와 함께했던 찰나를 떠올리고,
다이너에 놓인 하얀 머그잔을 바라보며 삶의 작은 순간들을 회상한다.
이렇듯 영화라는 창에서 커피가 지나갈 때,
스크린 속 커피는 우리를 현실로 되돌리고
현실의 커피는 일상에서 다시 영화의 장면들을 되감는다.
<커피 스페이스>에서 이런 영화 속 커피의 순간들을 모아봤다.
히트
“What do you say I buy you a cup of coffee?”
한 레스토랑에서 닐 맥컬리(로버트 드 니로 분)와 빈센트 해나(알 파지노 분)가 커피를 두고 마주 앉는다. 당대 최고의 두 배우, 드 니로와 알 파치노가 <대부 2> 이후 처음으로 한 화면에 잡힌 순간이다. 해당 장면은 형사 척 애덤슨과 범죄자 닐 맥컬리가 일대 일로 커피를 마시며 대화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자네와 어떤 불쌍한 놈의 여자가 과부가 돼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신이 쓰러질 것”이라는 해나의 경고. “당신을 제거해야만 한다면 단 1초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는 맥컬리의 응수. 커피잔을 사이에 둔 두 남자의 대화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Editor’s Comment 가끔은 수컷 냄새가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와 남자의 대화를 나누고 싶어진다. 커피 한 모금, 침묵, 그리고 인생을 건 한 마디. 하지만 어색한 침묵만으로도 안절부절못하는 나인데 과연 가능할까?
헤이트풀 8
“Somebody... poisoned the coffee.”
쿠엔틴 타란티노의 2015년 작 <헤이트풀 8>에서 커피는 죽음의 매개체로 플롯을 이끌어 나간다. 독이 든 커피는 서부극을 돌연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전환시킨다. 커피를 마신 ‘행맨 ’존 루스(커트 러셀 분)와 오비 잭슨(제임스 파크 분)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내레이션과 함께 누군가 몰래 커피에 독약을 넣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를 지켜본 이가 있었으니, 바로 행맨에게 붙잡혀 교수형대로 끌려갈 예정이었던 현상수배범 데이지 도머그(제니퍼 제이슨 리). 관객은 이제껏 무력해 보였던 데이지가 사실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Editor’s Comment <헤이트풀 8>을 보다 보면 추운 겨울날,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그렇게 땡긴다. 아주 아주 다크한 녀석으로. 하지만 마시려다가도 잠시 멈칫한다. 혹시라도 컵 속에 뭔가 들어있진 않을까 하는 망상과 함께. 사무실의 커피가 갑자기 의심스러운걸?
----------------------------
영화 속 커피는 때로는 일상의 위안이 되고, 때로는 죽음의 전조가 되며, 때로는 진실을 가리는 연막이 된다. 스크린 속 인물이 커피를 마시는 순간 우리는 그들과 함께 긴장하고, 안도하고, 간혹 속기도 한다. 극장을 나선 후에도 커피를 마실 때 종종 장면들이 떠오른다. 영화가 끝나도 커피가 만든 순간들은 기억 속에 남아,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영화 같은 순간을 기다리며 커피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