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카페 사장이라면 아메리카노를 메뉴판에서 과감히 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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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카페 사장이라면 

아메리카노를 메뉴판에서 

과감히 뺄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아메리카노를 안 판다는 건 사실 장사를 안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2023년 기준 국내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세계 평균(152잔)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마신 음료는 아메리카노 등 무가당 커피였다. 

스타벅스 코리아 역시 오랫동안 아메리카노를 판매량 1위 메뉴로 꼽아왔다. 

매달 내야 하는 월세와 생계를 생각하면, 운영자 입장에서 이 메뉴를 지운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을 실제로 해버린 사람이 있다. 제주에서 포빈즈 로스터리를 운영하는 박재현 작가다.

어느 날 회사 메일함으로 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아메리카노와 이별한 커피 상점’이라는 문장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처음에는 흔한 커피콩 이야기에 ‘버려진’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버려진 콩이 들려준 것들》을 읽어갈수록 이 책은 커피를 맛있게 만드는 기술보다, 

우리가 커피를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가 아메리카노와 과감히 헤어진 이유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는 순간, 

원두 고유의 특징과 로스터의 노력이 아메리카노라는 이름 뒤로 사라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노 중심 문화에 대한 그의 고민을 따라가다 보니, 나 또한 매일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커피를 한국적인 미각과 음식문화의 관점으로 다시 바라본다는 것. 그의 대단한 정성과 진심은 

커피 애호가로서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시선이었다.

그 책임감은 카페 운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효율성과 정반대에 있는 핸드픽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요즘 원두 산지가 어디인지 까다롭게 따지는 손님은 많아도, 

정작 내가 마시는 커피가 음식으로서 깨끗하고 안전한지 신경 쓰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시린 손목을 얼싸안으면서도 첫 단계인 핸드픽에 온 시간을 쏟는다. 

속이 비었거나 곰팡이가 핀 결점두는 로스팅 과정에서 불쾌한 탄 맛과 잡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손으로 일일이 결점두를 골라내는 작업은 밥 짓기 전 쌀을 씻고 반찬 재료를 다듬는 우리네 손길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내가 마시는 커피니까 잘 만들 수밖에 없다는 그의 고백에서 음식을 다루는 사람의 진심이 느껴졌다.

저자는 영어 단어로 가득한 서양식 커피 언어 대신 우리가 밥상에서 익혀온 감각인 감칠맛과 구수함으로 커피를 풀어낸다. 

그동안 저평가돼 온 로부스타 품종을 통해 누룽지나 숭늉 같은 맛을 끌어내고, 

이를 우리 미각의 언어인 구수미Gusumi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해외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우리 입맛으로 커피를 해석하려는 시도다.

이는 로스터의 책임감과 안목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우리나라 커피 문화에 던지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좋은 커피는 결국 만드는 사람의 정직한 공정과 

소비자의 관심이 만날 때 완성된다는 생각에 닿는다. 매일 마시던 커피가 어딘지 모르게 심심하고 공허하게 느껴졌다면 

이 책은 여유로운 주말에 마실 커피를 고를 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6월의 어느 날, 제주 바람을 맞으며 홀로 콩을 고르고 있을 저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인터뷰 질문지가 담긴 메일로 회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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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박재현 작가가 말하는 창작 커피


 

제주 중산간에서 로스팅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주 중산간은 내륙과는 전혀 다른 로스팅 환경이에요. 습도가 높고 바람도 강한 데다 기압 변화도 잦죠. 

생두를 들여오는 일부터 장비를 관리하고 수리하는 일, 물류비까지 섬이라는 조건이 늘 따라붙어요. 

물론 불편한 점도 많아요. 그런데 저는 이런 환경이 오히려 로스터를 더 예민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생두와 장비의 작은 변화까지 놓치지 않게 되고, 결국 커피를 더 세심하게 다루게 되거든요.


핸드픽을 7단계까지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많은 분들이 핸드픽을 단순히 결점두를 골라내는 작업 정도로 생각하세요. 

하지만 저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생두를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살피고, 향을 맡으면서 

그 원두의 상태를 읽어내는 과정이죠. 수분 상태는 어떤지, 보관은 잘됐는지, 품종마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미리 파악할 수 있어요.

핸드픽을 하다 보면 원두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순간도 있어요. 재료가 조금 줄어드는 건 손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더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한 선별 과정이라고 생각하죠. 로스팅할 때 필요한 직관도 결국 이런 관찰과 경험에서 나온다고 봐요.


결점두와 커피를 음식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어떻게 연결되나요? 

저는 커피를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쌀을 고르고 씻어 밥을 짓듯이, 

커피도 생두를 고르고 선별하고 볶고 추출하는 과정을 거쳐 한 잔이 완성되죠. 

그런데 많은 분들이 산지나 품종에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결점두가 얼마나 제거됐는지, 

재료가 얼마나 깨끗하게 관리됐는지는 잘 묻지 않아요. 저는 결점두 이야기가 결국 좋은 커피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커피를 음식으로 본다는 건 맛만 보는 게 아니라 재료와 공정까지 함께 바라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수미Gusumi라는 표현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커피 업계에는 향미를 설명하는 언어가 정말 많아요. 그런데 정작 한국인이 익숙하게 느끼는 ‘구수함’을 

설명하는 말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저는 누룽지나 숭늉, 둥글레차 같은 우리 식문화 속 감각을 커피 안에서 표현하고 싶었죠. 

연구하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구수함이 단순한 향 하나가 아니라 커피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요소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그 감각에 ‘구수미’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새로운 맛을 만든 게 아니라 

원래 우리 안에 있던 감각을 커피 언어로 정리한 셈이죠.


저평가되던 로부스타를 창작 커피의 주연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로부스타가 오랫동안 저가 커피 원료로 인식돼 온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어요. 

품질 편차도 크고 결점두 비율도 높은 편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품종의 명성보다 한 잔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구수함을 중심으로 한 창작 커피를 연구하면서 로부스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걸 발견했거든요.

물론 아무 로부스타나 사용하는 건 아니에요. 수많은 선별과 배제를 거쳐 정말 필요한 원두만 남기고 있어요.


아메리카노와 결별하고 KIPP 드립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아메리카노를 부정하려는 게 아니에요. 다만 에스프레소에 물을 더하는 순간 원두가 가진 개성과

로스터의 의도가 아메리카노라는 익숙한 이름 안에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창작 커피가 하나의 독립적인 문화가 되려면 새로운 추출 방식과 이름이 필요하다고 봤죠. 

KIPP 드립은 추출자 숙련도에 따른 편차를 줄이고, 원두 본연의 맛을 좀 더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든 방식이에요. 

저에게 추출은 기술을 보여주는 일이 아니라 좋은 원두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과정입니다.


소비자가 좋은 커피를 만나기 위해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인가요? 

특별한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이 커피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나요?”라는 질문부터 시작하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핸드픽은 했는지, 결점두는 제거했는지, 어떤 품종을 어떤 방식으로 볶았는지 궁금해질 수 있죠. 

저는 좋은 커피 문화가 업계만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소비자가 질문할 때 생산자와 로스터도 더 책임감을 갖게 되고, 그런 과정 속에서 문화도 함께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예비 커피 작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남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잘 따라가는 것보다 자신만의 질문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핸드픽부터 로스팅, 추출 그리고 소비자에게 한 잔이 전달되는 순간까지 전 과정을 이해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하죠. 

저는 K-Coffee가 한국만의 독자적인 창작 커피 문화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믿어요.

후배들이 저보다 적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먼저 걸어본 사람으로서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Editor

글 조정민  사진 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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